자작 NAS 구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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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년에서 2년 동안 오드로이드 XU4(정확히는 HC2이지만, 동일한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사실상 거의 차이점이 없으니 XU4라 한다.)를 NAS로서 사용해왔다. ARM 계열 개발 보드 중에서는 아무래도 성능이 좋은 편이지만, 따지고 보면 삼성 사의 갤럭시 S5에서 사용되었던 CPU이기도 하고, 긱벤치 데이터를 봐도 모든 코어를 끌어모든 상당히 점수가 준수하지만, 싱글 코어 점수는 그렇게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 (물론 300점 대에서 놀고 있는 라즈베리파이 시리즈에 비하면 하이엔드 급이다.)

여러모로 램도 2GB이고, SATA (USB 3.0 -> SATA 여서 네이티브는 아니지만.)도 하나 밖에 없고, 메인 스토리지가 microSD여서 스펙적인 재원도 살짝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고, ARM이라서 그런가 종종 저장소에서 프로그램을 깔고 쓰다보면 무언가 살짝 문제가 있는 것 같은, 킹리적 갓심이 들어 1년차부터 상용 NAS 또는 x86 계열로 교체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용 NAS 계열은 대표적인 제조 업체로 시놀로지, 큐냅, (국내 한정) iptime이 있었다. iptime은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었고, 시놀로지는 듀얼코어 J3355 2베이가 40만원 초반인데, 솔직히 그정도면 분명 싱글코어 성능은 오드로이드보다 좋지만, 전체 코어 성능은 거의 비등비등하지 않은가. 도저히 40만원이나 주고 시놀로지를 살 수는 없었다. QNAP은 가성비가 좋다더니, 왠걸 시놀로지하고 같은 스펙에 별 가격 차이가 없다.

결국에는 amd 64 계열 홈서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제일 눈여겨 본 것은 XU4를 만든 하드커널의 오드로이드 H2였다. 하지만, 12월 쯤에 1차 판매를 한 이후로 인텔 CPU 공급난으로 인해 추가 물량 생산 일정이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기다리다 포기하고, 베어본을 살펴봤다.

베어본 중에서 널리 쓰이는 모델은 H110 보드만 탑재한 제품, J4XXX 시리즈를 탑재한 제품,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razen 대응 Asrock의 A300 제품이 있었다. 원래는 A300을 선택하려고 했으나, 생각해보니 베어본은 영 하드디스크를 위치할 견적이 나오지가 않는 것이다. DAS를 쓴다고 하니 저가 제품은 안전성에 심각한 의심이 들었고, 고가형 제품은 상용 NAS와 가격차이가 없으니,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수준이다. 그러면 하드렉을 이용해서 밖으로 하드를 빼볼까, 생각하니, 케이스에 구멍이라도 뚫지 않으면 어려워 보였다. 케이블이 짧아서 힘들어 보이는 건 덤이었다.

결국엔 돌고 돌아, ITX 보드를 탑재한 PC를 자작하기로 했다. 일단 케이스부터 보았는데, 다나와에서 보니 ITX 케이스로 검색했을 때, 영 적절해보이는 게 없는 것이다. 그래픽카드 장착 등을 고려해서인지 생각보다 컸다. HTPC는 베어본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고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던 도중에, HTPC 케이스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회하였는데, 의외로 괜찮은 물건이 있었다. SilverStone Sugo SST-SG05BB-LITE 라는 물건인데, 가격도 5~6만원 수준으로 적당하면서, 크기도 적당히 작고, 내부에 하드디스크를 장착할 공간도 꽤 있어 보였다.

다음으로는 보드 및 CPU를 찾았는데, 사실 가성비로 따지자면 라이젠 시리즈이지만, 보드 가격이 문제였다. 그렇게 고급 보드는 필요 없어서 10만원 이하의 ITX 보드를 찾았지만, 수요가 없는지 대부분 15만원 이상의 가격대, 한 제품 정도만이 12만원 대였다. 인텔도 ITX 보드가 딱히 싸지는 않지만 M-ATX 보드의 가격을 고려했을 때 좀 비싼게 아닌 가 싶다.

결국엔 예전에 한 번 봤었던 ASRock J4105-ITX 보드를 선택했다. 이 보드도 인텔 셀러론 CPU 수급이 좀 힘든지, 내가 구입하기 직전만 해도 재고가 없었나 보다. 나는 재고가 풀려서 그런지, 이 제품의 최저가인 11만원 대는 아니지만 12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파워 등을 포함하여 다음과 같이 견적을 내고 구입했다.

  • 케이스 : 실버스톤 SST-SG05BB-LITE (65,000원)
  • 램 : 삼성 DDR4 8G PC4-21300 (52,000원)
  • 파워 : 마이크로닉스 Compact SFX 300W 80Plus (47,000원)
  • 메인보드 및 CPU : Asrock J4105-ITX (128,000원)

상기 금액은 택배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PC 조립에 총 292,000원이 들었으며, 이전에 사놓은 문화상품권을 이용해서 구매했다. 실질적인 구입가는 9%를 제한, 265,000원 정도이다.

조립은 일반적인 PC와 똑같으니 크게 어려운 건 없었는데, 아무래도 큰 크기의 데스크탑보다는 작아서 선 정리가 어려웠다. 결국엔 포기하고, 그냥 위 상태 그대로 이다. 딱히 열을 많이 방출하지는 않기 때문에 선정리를 잘 하지 않아도 온도는 케이스 팬 최저 상태(이 메인보드는 CPU에 팬이 없고, 방열판만 있다.)로도 40도를 넘지 않는다. 게다가 오픈된 공간이 아니라, 신발장 한켠에 마련해둔 자리이니, 그냥 밖에 놓는다면 30도 초반으로 유지가 되었을 것이다. (굳이 내가 이것을 신발장에 놓은 이유는, 히타치 데스크스타 하드가 너무 시끄러워서이다. 다시 사면 WD로 살 것이다. 물론 히타치 하드가 WD에 인수되었지만, 그래도 그쪽이 좀 더 조용한가 보다.)

추가적인 스토리지 확보를 위해, PCI-E 포트 쪽에 하드 가이드를 구입하여 설치하였다. 가격은 택배비를 포함하여 5천원 정도가 들었다. 이렇게 하여 PC에 3.5 HDD 2개, 2.5 HDD 두개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였다. 사용하던 4TB 데스크스타, 1TB 시게이트, 500GB 삼성 2.5′ 노트북 하드, 128GB 삼성 SSD를 모두 설치할 수 있었다. 아직도 케이스에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3.5′ 하드를 넣을 자리는 나올 것 같다. 하지만 SATA가 4개 밖에 없으므로 추가 설치가 아닌 2.5′ 하드를 교체하거나, 3.5′ 하드를 교체해야 할 것이다.

또, 파워도 알고 보니, SATA 전원 단자가 3개였기 때문에 SATA 파워 확장 케이블을 구입하였다. 가격은 만원 정도가 들었다. 저가형의 IDE 파워에서 SATA로 변환해주는 커넥터도 있었지만, 다나와에서 보이는 제품은 대부분 몰딩 형식의 물방울 젠더와 동일한 방식으로 추정되는 물건이었기 때문에(화재가 발생한다.) 조금 가격을 더 주고 이 제품으로 구입했다.(별도의 접착제? 또는 실리콘을 쓴 몰딩 방식이 아니라서, 아무래도 디스크나, 파워가 망가지지 않는 한 화재가 날 염려는 적다.) 아무래도 하드디스크 배치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케이블이 아닌 젠더로는 모든 하드를 연결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홈서버 용 운영체제로는 다년간 익숙한 우분투 서버를 설치했다. 최근에 설치 매니저가 좀 개편이 되었는지, 설치할 때, 그래픽이 화사롭고, GUI 모드와 비교했을 때 딱히 불편한 점이 없었다. 이후로는 오드로이드에서 이용했던 패키지를 설치하고, 설정 파일을 옮긴 후 수정 했다.

오드로이드 XU4와 비교했을 때, 성능이 좋아진 만큼 Nextcloud의 썸네일도 빠르게 뜨고, 올릴 때 속도도 많이 빨라짐은 물론 파일이 락 걸리는 현상도 매우 많이 줄어들어 이용에 불편한 점이 없어졌다. 또한, 지금껏 몰랐는데, ARM qbittorent 패키지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재부팅시 다운로드 하던 목록에 에러가 생겼는데, 교체 후에는 재부팅을 해도 멀쩡하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주요 어플리케이션은 다음과 같다.

  • 시스템 정보 확인 : PHPsysinfo, Webmin
  • 웹 서버 : 아파치 (자작 파이썬 문서 블로그를 돌리고, Webdav 설정, 기타 웹 프로그램의 프론트 엔드이다.)
  • 클라우드 : Nextcloud
  • 토렌트 : qbbitorent, flexget (RRS 자동 다운로드 용)
  • VPN : OPEN VPN
  • 깃 : Gitlab 설치 해봤으나, 러너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아무래도 22 port를 열어야 하는 것 같은데, 22번 포트를 외부에 열 만큼 나는 깡이 있지 않다.) 상시 자원 소모가 너무 심해서 지웠다.

기본적인 성능 향상으로도 상당히 만족스럽지만 쓸 수 있는 자원이 증대한 만큼 평상시에 서버를 놀리지 않을 방법을 좀 고려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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